-

랩걸(Lab girl)은 실험실 소녀가 과학자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자신이 좋하는 일에 온 열정을 쏟은 여성과학자의 삶을 아주 솔직하게 직설화법으로 담았다.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과학 실험과 나무생태 이야기를 저자의 삶과 잘 버무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

요즘 이슈인 소득주도성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분배정치'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켜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경제 성장론이다.
GNP는 높아졌으나 그 많은 파이(돈)는 어디로 갔을까? 오히려 내 주머니는 가벼워지고 양극화의 골은 깊어졌다. 지금까지 성장은 기업의 이윤을 높임으로써 투자와 수출을 촉진하는 경제성장을 통한 기업중심 성장이었다. 결국 파이는 부자에게 돌아가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저소득자의 임금을 늘리고 복지정책을 통한 가계비용의 부담을 줄여 내수를 통한 소비와 투자를 늘려야한다.
'옛말에 물고기를 주지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 라는 말이 있다. 즉 직접적인 분배는 좋지않다는 말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배워도 물고기 잡을 고용기회 조차 없다면 아무 쓸모 없다. 21세기에는 이미 그 일들은 기계에 의해 상당 부분 대체되고, 소수에 독과점 되었다. 더이상 예전의 방식은 통하지않는다.
'분배정치의 시대'는 30여 년 동안 남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광범위한 현지조사와 이론작업을 바탕으로 빈곤·개발·이주·현대성 등에 관한 논의에 기여해온 제임스 퍼거슨의 책이다. 이 책은 일, 복지, 분배를 둘러싼 언어들의 혼란을 차분히 풀어낸다. 경제구조의 악순환을 청산하고 올바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분배정치가 필요함을 알게해준다.
분배정치 즉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무조건 반대하여 결코 자신이 가진 파이를 나누려하지않는 사람들과 그러한 반대에 현혹돼 제대로 이해하지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꼭 읽어보시기 바란다.
-

편혜영 작가의 '홀'(The Hole)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셜리 잭슨 상'(Shirley Jackson Awards) 장편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셜리 잭슨 상'은 매년 심리 서스펜스, 호러, 다크 판타지 작품을 장편, 중편, 중단편, 단편, 단편집, 앤솔로지(작품집) 부문으로 나눠 시상한다.
'홀'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불구가 된 몸으로 살아가는 한 대학 교수의 내면을 섬세한 문장과 구성으로 섬뜩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사고 전 주인공의 삶이 하나씩 벗겨지며 이미 뚫려 있던 삶의 구멍의 실체가 드러난다. 사고 전후의 모습이 교차되어 그려지며 사고는 제 스스로를 곤란에 빠뜨린 결과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없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 삶의 헛점(구멍)들로 결국 실제 홀로 빠지는 불행을 맞이한다. 이 책은 우리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 오기 전 삶을 한번 되돌아볼수 있는 시간을 갖게할 것이다.
-

이 책은 노예제도가 폐지되기 전 1800년대 미국 남부 노예들의 탈출을 도왔던 비밀 조직인 '지하철도(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하철도는 비밀조직의 이름일뿐 실물의 기차는 아니다. 작가는 자유를 위해 죽은 이들을 기리고 안타까운 마음에 소설 속에서 실제 지하철도를 만들어낸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전미도서상,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 선정되었고, 미국의 전직 대통령 오바마가 극찬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애써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되돌아보고 인종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반성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 몇 가지 바라는 점은 428쪽이라는 책 두께에 겁먹지 말자. 빠르게 읽지 말자. 읽다가 책을 덮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책을 구입해 소장하자.
이 책은 2부로 나눠져 있다. 1부는 고전에서 읽은 세계 인식. 동양 고전을 통해서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지 풀어내고 있다. 동양 고전으로 읽는 관계론이라고 할 수 있다. 2부는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 동양 고전을 통해 세계를 인식한 뒤에 인간을 이해하고 자기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담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양심’이다. 지식인이 갖춰야할 것은 결국 양심이라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이 진리처럼 와 닿을 것이다.
-

뉴욕3부작은 1부가 끝나면 한주를 기다려 2부를 봐야하는 주말연속극 같다. “쉽게 읽혀지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니다.” 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긴 호흡으로 읽어야한다. 왜 뉴욕3부작일까. 제목부터 무척 궁금하다. 3부작이니 주인공이 동일인물이거나 사건이 연결된 이야기일거라 짐작했지만 웬걸. 이건 뭔가? 계속 궁금증이 일었다. 왜 배경이 뉴욕이지? 설마 3부에서는 1, 2부와 뭔가 연결고리가 있을거야. 궁금함과 답답함을 지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들었던 생각은 ‘내가 무언가를 놓쳤구나. 1, 2, 3부 모두 등장인물도 다르고 내용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뉴욕과 빨간노트.
뉴욕, 뉴욕은 어떤 곳인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 계급이 뒤섞여있는 곳 아닌가. 이런 도시에서는 정말 우연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우연이 필연이 되고 결국 그것이 삶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빨간노트. 노트는 기록이다. 자신의 모습이 닮긴 기억이다. 작품은 나를 잃고 자신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중년기이나 노년기가 아닌 청소년기가 아닐까한다. 청소년기에 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던졌던 질문을 이 책은 중년이 된 나에게 묻는다. “나는 진정한 내가 맞는가? 지금 보여지고 있는 내 모습이 진짜 나인가?” 살면서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돌아보라고 책 속 주인공은 말한다. 그들의 집착에 가까운 방황은 내 모습을 비추는 것 같다.
-

진실이 때로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아고타 크리스토프, 까치, 2014
이 책은 나치스와 사회주의 체제의 냉혹한 현실 속에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이다.
5년여에 걸쳐 완성된 이 소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의 제목은 커다란 노트, 2부는 증거, 3부는 세 번째 거짓말이다.
1부에서는 철자의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폭력적이고 잔혹한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이 사라진 곳에서 형제는 나름의 방식대로 저항하며 어느덧 폭력과 거짓에 익숙해진다.
2부는 헝가리 반체제 혁명기. 자유를 찾아 클라우스가 떠난 뒤 홀로 남겨진 루카스는 상실의 시대에 혼자 남아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하지만 루카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혼란스럽다. 독창적이고 충격적인 스토리에 끌려 궁금증을 키워갈 즈음 두 사람이 쌍둥이가 아니라는 의심이 든다.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지금까지 이야기가 다 거짓인가.’
3부에서는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헤어졌던 쌍둥이 형제가 조우하며 거짓과 진실의 실체가 드러난다. 클라우스는 자신의 삶 전부를 차지하며 늘 그리워했던 형제지만 언제나 자신에게 트라우마였던 루카스의 존재를 부정한다. 진실이 때로 인간을 더 고통스럽게 하듯 클라우스는 거짓말로 진실을 덮는다. 결국 한 가닥 희망을 잃은 루카스는 자살을 선택하고, 클라우스 역시 죽음을 예견한다.
과연 우리가 믿는 것이 진실일까? 진실로 알았던 거짓으로 인해 세계 역사는 혹은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이 비참했고 큰 희생을 치렀는가. 일부 사람 중에는 자신도 속을 만큼 거짓을 진실로 바꾸는 코드를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일거라고 믿고 산다. 이 책을 그들에게 권한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한다. 진실이 때로는 인간에게 더 고통스러운 순간이 있기에.
.
-

매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어야 웬지 숙제를 한것같다고 생각하는 나와 같은 분들께 권한다. 2018년 대상을 포함한 6편의 작품 모두가 좋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손홍규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집요한 필력이 돋보인다. 다른 작품 '정읍에서'는 한 편의 단막극을 보고난 듯한 느낌이다. 작가의 어린시절 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지금의 소설로 태어났으리라 짐작된다.
우수작 구병모 작가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는 읽고나면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 존재의 증명, 새의 시선, 파종하는 밤... 어느 한 편도 놓치기 아까운 소설이다 꼭 읽어보기 바란다.
-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의 슬픈 운명을 그린 이야기. 저자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 이다. 과학문명과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쉽지않은 주제로 문학의 대가답게 우리의 감성을 자극한다. 인간적이고 교양 있는 환경에서 특별히 사육된 헤일셤의 클론(학생)들은 자신들이 그저 의학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임을 알게된다. 장기 기증자로서 죽음을 받아들이게되지만 한편으로 생을 조금이나마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못한다. 인간 삶의 방식 그대로 친구와 우정을 쌓고 사랑을 키우며 살아온 그들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지않는 창조자 인간은 생명의 연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흥미진진한 SF 소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이 책은 자기 중심적 생각에서 한 발 떨어져 타자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작가의 다른 책 : 남아있는 나날, 우리가 고아였을 때, 녹턴 등 다수
-

이 책은 기술혁명으로 인한 노동자 시대의 종말을 이야기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을 노동으로 부터 해방시키리라는 유토피아 환상은 결국 심각한 실업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기계가 새로운 프롤레타리아가 되고 노동자는 해고되는 노동자 없는 세계가 되어간다. 인간의 노동력은 무가치해지고 삶도 무의미하게 되었다. 우리가 꿈꾸던 기술 유토피아는 인간의 삶을 디스토피아로 바꾸고 있다. 기술 유토피아적 환상을 버리지않는다면 노동자의 종말, 지구의 종말로 이어질 것이다. 더 이상 생산성에만 기초한 기계에 의한 인간 대체가 용이한 시장경제로는 안된다. 기계에 의해 대체되거나 환원될 수 없는 인간관계, 친밀감, 연대, 봉사정신에 입각한 사회경제 영역을 통해 노동력의 가치가 무용하게 된 세상에서 새로운 의미와 목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기술혁신은 무조건 좋은 것이며 인류에게 자유와 행복을 주는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자발적 가난 / E.F 슈마허 지음. 가난은 현대인에게 큰 공포이다. 이 책은 성장 제일주의를 비판하며 덜 풍요로운 삶 속에서 행복을 찾는 자발적 가난이야말로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